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
신문사 출근 시각은 다른 데보다 좀 늦어서, 아침을 먹은 뒤 중학생 아이가 가장 먼저 집을 나서고 아내가 뒤이어 출근하는 것이 그다음이다. 그 뒤에 설거지하고 각종 전열기구와 전등 스위치를 껐는지 확인한 뒤 출근하는 것이 보통의 일상이다(도대체 신문사는 몇시 출근인가 하고 놀랄 것까지는 없다. 퇴근 시각..
2017.04.22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
매운 냉면
냉면의 계절이 왔다. 아니 오려고 한다.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달력을 냉면에 맞춰놓고 산다. 냉면에 너무 얽혀, 뇌가 풀어진 면발처럼 어지럽다.서울경찰청에 출입하던 여름이었다. 친하게 지내던 경찰관 두 명과 냉면 먹으러 가기로 의기투합했다. '함흥의 아들'을 자임하던 나는(부모님이 모두 함흥 출신이다..
2017.04.15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
집 지키던 개를 추억함
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커다란 셰퍼드가 있었다. 어찌나 똑똑하고 잘생겼는지 집에서 키우는 개로는 단연 최고였다. 가족은 물론 구면(舊面)인 사람에겐 공손히 두 발 모아 엎드리고 낯선 사람에겐 단박에라도 물 것처럼 사나운 것이 쏙 마음에 들었다. 그 시절 개를 키운 이유는 단 하나, 집을 지켜주기 때문이었..
2017.04.13 (목)|한현우 주말뉴스부장
壟斷의 뜻을 아십니까
이역만리(異域萬里)를 2억만리(二億萬里)로 잘못 알고 있는 젊은 친구가 있고, 그 친구가 우리 회사 기자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 찜찜했다. 과연 이렇게 한자를 몰라도 되는 걸까. 우리말에서 한자를 없애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우습기만 할 수는 없었다. 수습기자들..
2017.04.08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
어느 만우절의 기억
초년 경찰기자일 때는 의욕이 능력을 앞서 항상 좌충우돌하곤 했다. 어느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으며 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. 그러다가 남들보다 잘할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그저 남들 정도 하다가 말 뿐이었다.어느 날 경찰서 기자실에 앉아있는데 H일보 선배가 점심 시간 이후 보이지 않았다. 관할 구역에 별..
2017.04.01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
중고나라 작문의 이론과 실제
키 크는 운동기구라고 불리는 애물단지를 드디어 인터넷 장터 중고나라에서 팔았다. 이 기계는 오랫동안 거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보는 사람 속을 끓이는 효과만 냈다. 아내가 진작 팔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.일단 중고나라에서 이 기계가 팔린 경우와 팔리지 않은 경우를 분석했다. 팔린 경우는 두 가지였다. 아..
2017.03.25 (토)|한현우 주말뉴스부장
옛날에는 말이야
이런 얘기하면 젊은 사람들은 100% 싫어한다. 이런 얘기를 하려면 "옛날에는 말이야"라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. 젊은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옛날 얘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. 이것은 심각한 딜레마이기도 하다. "옛날에는"이란 표현을 칼럼에 썼더니 회사 선배가 전화했다. "네가 옛날에 살아봤냐? 젊은 것이..
2017.03.18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
고추로도 때리지 말라
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체벌을 한 적이 있다.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다. 30㎝짜리 플라스틱 자를 들고 아이 방에 들어갔다. "거짓말은 정말 나쁜 거야. 손바닥 맞아야겠어. 몇 대 맞을래?" 아이는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손바닥을 맞는다는 게 어떤 통증을 수반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...
2017.03.11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
大卒이라는 이름의 환상
빌 게이츠는 '하버드 사상 가장 성공한 중퇴자'로 불린다. 그 별명을 받을 사람이 하나 더 있다. 역시 하버드를 다니다 그만둔 마크 저커버그다.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현재 세계 최고 부자(재산 약 99조원)가 된 게이츠는 10년 전 하버드 중퇴 32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. 하버드대는 2007년 졸업식..
2017.03.10 (금)|한현우 주말뉴스부장
내 나이가 어때서
우리 나이로 마흔 살을 미국 뉴욕에서 맞았다. 그전 해에 그곳으로 1년 연수를 갔다. 미국 생활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미국 이발사들이 머리를 못 깎는다는 것이 유일한 불만이었다.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면 문제가 없었지만 너무 비쌌다. 돈을 아끼려고 코리아타운 초입 지하철역 출입구 안에 있는..
2017.03.04 (토)|한현우·주말뉴스부장