부장님, 이러시면 안됩니다
올해 스물여덟, 직장 1년 차 새내기입니다. 대기업은 아니어도, 이 엄혹한 시기에 작지만 튼실한 강소기업에 입사해 만인의 축복을 받았습니다. 비록 말단이지만 다산(茶山)의 가르침을 따라 "생각은 맑게, 말은 과묵하게, 행동은 중후하게"를 다짐하며 복사 한 장, 커피 심부름 하나에도 성심을 다하는 중입니다..
2019.03.05 (화)|김윤덕 문화부장
손혜원은 나오시마에서 무엇을 봤나
일본 세토내해(內海)의 섬 나오시마(直島)는 중금속 폐기물로 죽어가던 황무지가 '예술 섬'으로 거듭났다고 해서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명소다. 인구 3000명 오지 섬에 현대미술관이 3개나 되고, 모네부터 제임스 터렐, 잭슨 폴록, 데이비드 호크니 등 거작(巨作)이 즐비해 미술 애호가들 입이 딱 벌어..
2019.02.16 (토)|김윤덕 문화부장
새해, 대화가 필요해
-아지매요, 입 좀 다물고 보래. 파리 들어간데이."아재요, 아지매가 '남자친구' 시청하실 땐 숨소리도 내지 말라 했능교 안 했능교."-긍게, 저 껄배이하고 송혜교하고 좋아하는 사이다, 이기가?""껄배이 아이고 보검입니더. 박보거미."-신입사원이 낫살 먹은 사장이랑 연애한다는 기 말이 되나, 이 말이다...
2019.01.08 (화)|김윤덕 문화부장
마지막 김장김치를 부치고
들녘이 단풍으로 요란하더니, 밤새 내린 비에 가을이 졌다.택배는 받았느냐. 김칫국물 흐르지 말라고 겹겹이 싸맨 것인데 짐꾼들 우악스러운 손길에 터지지 않았나 걱정이다. 까만 봉지에 든 건 참깨와 홍고추고, 신문지에 둘둘 만 건 시래기다. 포일에 감은 건 담북장인데 팔팔 끓여 고추장, 들기름 한 숟갈씩 넣..
2018.11.20 (화)|김윤덕 문화부장
'정치 꼰대' 안 되려면 '셀프 디스' 하라
'막걸리 설전'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린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는 억울했을 것이다. '신(神)의 입'이라도 술 맛의 미세한 차이를 분별하기 힘든데 초보 식당 주인에게 상표를 가린 뒤 막걸리 맛을 맞히게 한 백종원씨의 예능이 황당해 한마디 했을 뿐이다. 덩달아 딸려나온 과거 발언들은 또 무슨 죄인가. "불고기..
2018.10.20 (토)|김윤덕 문화부장
家長의 이름으로 고하노니
그믐이 되얏는가. 어리중천에 초승달 걸렸는데,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 무더기에 마음이 시리네.다들 여일허것지. 추석에 맏이네는 큰놈 중간고사라고 차례상 앞에 궁둥이 두어번 조아린 뒤 그 길로 내빼더니 전교 1등은 따 놓은 당상이렷다. 둘째네는 보리와 콩도 분간 못 하는 코흘리개를 데리고 명절에 구라파로..
2018.10.16 (화)|김윤덕 문화부장
귀하, 그것은 '러브'가 아니었소
펄펄 끓는 염천에 무탈 강녕하시오. 무슨 더위가 이리도 억세고 맹렬한지. 도성만 벗어나면 숨통이 트일까 하였더니, 방방골골 불판이라 얼음 두 덩이 띄운 냉가배 한 잔으로 겨우 열불을 달래는 중이오. 가배란 것이 참 이상하오. 처음엔 쓴맛만 나던 것이 어느 순간 시었다 돌연 고소해지고. 헛된 꿈, 삿된 사..
2018.08.21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
남자가 詩를 쓰기 시작했다
허당 중에서도 으뜸이라 여긴 자들이 민주주의란 허명 아래 당선의 꽃길로 사뿐사뿐 내려앉자 남자는 화병 걸린 들소마냥 날 얼음을 와작와작 씹었다. "세상이 어찌 이럴 수가! 신이 있다면 어찌 이럴 수가!" 뉴스를 보다가도 구시렁대는 일 잦아졌다."대한민국에 사내가 없어. 백주 대낮에 사람이 두들겨 맞아도,..
2018.07.03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
'방탄소년' 열공記
아버지가 아들과 대화하려고 "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다섯 곡을 적어보라"고 했더니 1위부터 5위가 머룬파이브 노래였단다. 마린보이는 알아도 머룬파이브는 금시초문인 아버지는 그날부터 캘리포니아 출신 7인조 팝 밴드의 노래를 연마했다. 비록 나훈아 창법으로 부른 머룬파이브였으나, 아들은 난생처음 그윽한 미..
2018.06.09 (토)|김윤덕 문화1부장
그녀는 예뻤다
J를 만난 건, '셀럽파이브'가 유튜브 바다를 휘젓고 있을 때다. 한물간 개그우먼들이 빨갛고 노란 투피스를 입고 나와 디스코 리듬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 100만뷰를 돌파했대서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다. 막춤이라 깔보고 따라 했다간 발목 꺾이기 십상. 다만 그 뻔뻔하고 우악스러운 표정이 거울 속 누군가와 판..
2018.05.29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