남자가 詩를 쓰기 시작했다
허당 중에서도 으뜸이라 여긴 자들이 민주주의란 허명 아래 당선의 꽃길로 사뿐사뿐 내려앉자 남자는 화병 걸린 들소마냥 날 얼음을 와작와작 씹었다. "세상이 어찌 이럴 수가! 신이 있다면 어찌 이럴 수가!" 뉴스를 보다가도 구시렁대는 일 잦아졌다."대한민국에 사내가 없어. 백주 대낮에 사람이 두들겨 맞아도,..
2018.07.03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
'방탄소년' 열공記
아버지가 아들과 대화하려고 "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다섯 곡을 적어보라"고 했더니 1위부터 5위가 머룬파이브 노래였단다. 마린보이는 알아도 머룬파이브는 금시초문인 아버지는 그날부터 캘리포니아 출신 7인조 팝 밴드의 노래를 연마했다. 비록 나훈아 창법으로 부른 머룬파이브였으나, 아들은 난생처음 그윽한 미..
2018.06.09 (토)|김윤덕 문화1부장
그녀는 예뻤다
J를 만난 건, '셀럽파이브'가 유튜브 바다를 휘젓고 있을 때다. 한물간 개그우먼들이 빨갛고 노란 투피스를 입고 나와 디스코 리듬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 100만뷰를 돌파했대서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다. 막춤이라 깔보고 따라 했다간 발목 꺾이기 십상. 다만 그 뻔뻔하고 우악스러운 표정이 거울 속 누군가와 판..
2018.05.29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
"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"
역사학자 이인호 교수의 '기개'를 본 건 문창극 총리 후보의 자질 시비가 벌어진 2014년이다. "일본의 식민 지배가 하나님 뜻"이었다고 한 교회 강연 영상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다. TV조선 시사토론에 나온 이 교수는 "강연 전체를 보고도 문 후보를 반(反)민족주의자라 욕하는 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다"..
2018.04.28 (토)|김윤덕 문화1부장 기자
어느 봄날, 인수봉 아래 밥집에서
오 선생과 잡담을 나눈 건 벚꽃 날리던 인수봉 아래 밥집에서다. 돌솥에 담겨나온 곤드레밥에 그는 청국장, 나는 담북장을 얹어 비벼 먹었다. 앵두색 스웨터를 입은 안주인은 밥에 딸려나온 산채를 가리키며 요건 상춧대, 요건 취나물, 요건 목이버섯이라 일러줬다. 아마씨를 밥 위에 솔솔 뿌려주면서는 천혜의 보약..
2018.04.10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
100년 만에 부활한 이름, 나혜석
"미구(未久)에 남녀 전쟁이 날 것이야"라고 예언한 이는 나혜석(1896~ 1948)이다. 흔히 부잣집 딸로 태어나 신식 교육을 받았으나 불륜과 이혼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는 그 '신여성'이다. 하지만 나혜석의 삶은 '비운의 여자'란 수식으로 무질러 폄훼할 대상이 아니다.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..
2018.03.19 (월)|김윤덕 문화1부장
'바가지'도 사랑이란 걸 그때는 몰랐네
자유와 해방. 이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요. D데이가 다가올수록 '마누라'란 이름 석 자의 굴레와 억압, 히스테리에서 벗어난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. 뭐, 공항에서 잠시 울컥하긴 했습니다. 그 독한 마누라가 눈자위 벌게져서는 "밥 잘 챙겨 먹어" 하며 손 흔드는데, 오~ 이 낯선 당..
2018.02.13 (화)|김윤덕 문화1부장
강해서 부서지기 쉬운… 이 땅의 男子들에게 바칩니다
'임신부와 어린이는 관람 주의'란 경고문이 붙었다.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M16소총(로봇) 32정이 4개씩 8열로 섰다. 뭘 주의하란 건지 두리번대는 순간, 굉음이 울린다. 하늘을 향해 있던 총부리가 "철커덕 척" 벼락 치는 소릴 내더니 관객을 정면으로 겨눈다. 곳곳에서 비명이 들린다.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..
2018.01.27 (토)|김윤덕 기자
보석과 회화가 만나 환상의 숲 이뤘네
이상한 나라의 '숲'이다. 꽃이 있고 바람 불고 연못 물 어른대는데 꿈인 듯 환상인 듯 아련하다. 그림도, 조각도 아니다. 분명한 건 초록 숲이 '보석(寶石)'으로 빛난다는 사실이다.작가 채림(55)은 "그냥 숲을 산책하듯 둘러보시면 된다"며 웃었다. 이달 28일까지 서울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..
2018.01.18 (목)|김윤덕 기자
'블랙리스트'라는 이름의 훈장
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겨울, 서울 광화문에 '궁핍현대미술광장'이란 천막이 들어섰다. '국립현대미술관'을 패러디해 문패를 단 그곳은 이른바 '블랙리스트'로 찍힌 화가들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. 천막 안 공기는 살벌했다. 국회에 걸어 사달이 난 박근혜 누드 풍자화는 양반이었다. 여성 대통령은 탐욕으로 뒤뚱대..
2018.01.11 (목)|김윤덕 문화1부장